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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존중하는 법이 국민의 생명을 지켜낸다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잘못 제정된 법이 수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일이 있다.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다. 낙태를 원했던 22세 여성 노마 맥코비(Norma McCovey)가 로(Roe)라는 가명으로 지방검사 웨이드(Wade)를 상대하여 벌인 재판의 결과였다. 로(Roe)는 강간에 의해 임신했다고 검사를 속였다. 낙태 옹호론자인 두 명의 여성 변호인의 도움으로 낙태 금지에 대해 위헌 소송을 했다.

연방대법원은 낙태금지법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들이 폐지되었고, 당시 의술로는 살릴 수 없었던 24주의 태아까지 낙태시킬 수 있게 되었다. 2021년 1월 국가생명권위원회(National Right To Life Committee)는 48년간 미국에서 총 6천2백만 건이 넘는 낙태가 시행되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낙태가 본격화 된 것은 1961년 국제가족계획연맹(International Planned Parenthood Federation,IPPF)의 지원을 받아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설립되면서부터다.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은 미국의 최대 피임 및 낙태기관인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가 국제무대로 진출한 것이다. 우생학에 바탕을 둔 IPPF의 가족계획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오직 산아제한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53년 제정된 대한민국 형법에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었으나, 정부는 가족계획사업의 일환으로 낙태를 용인했다. 정부가 시술비를 지원하기까지 하면서 ‘월경조절술’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낙태는 크게 성행했다.

1961년 33% 남짓하던 낙태 경험률은 1985년 53%까지 치솟았다.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 이상이 낙태를 경험했던 시대다. 국가의 잘못된 정책은 법을 무력화시키고 전 국민을 낙태에 대해 아무 죄책감 없이 만들었다.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에 낙태 허용사유를 정함으로써 낙태가 합법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오랜 기간 국민들은 낙태가 인간생명의 훼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지냈다. 잘못된 정책과 법이 국민의 눈을 가려 태아의 생명을 꺼뜨리는 일에 가담하게 한 것이다.

가족계획협회가 들어서고 60년이 지나는 동안 국민들에게 많은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과학의 발전은 태아내시경을 통해 엄마 뱃속의 아기를 선명히 보여주며 생명의 실재를 알게 해주었다. 신생아학의 발전으로 22주의 초미숙아가 생존할 수 있고, 심장 기형이 있는 태아를 엄마 뱃속에서 치료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또한 시험관 아기 시술이 보편화되며 많은 국민들은 수정란이 곧 생명인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생명의 존재를 마주하며 이제는 더 이상 낙태가 월경조절이나 세포 조직을 제거하는 여성의 권리라고만 주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후, 아기의 생명을 지켜주는 법이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정부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태아의 생명과 산모의 건강을 지키기에는 여러 가지로 미흡하다. 먹는 낙태약을 허용하겠다면서 복용 기준을 정하지 않아 자칫 10주 이후의 산모들이 낙태약을 먹고 심각한 출혈 등의 부작용에 빠질 위험이 있다.

16세 이상 미성년자들이 부모 동의 없이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태아는 물론 판단이 미숙한 청소년들의 건강까지 위험에 노출됐다.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 상담을 원할 때는 성범죄 전과자에게도 상담사 자격이 주어지게 하였다(제7조의5). 누가 상담을 하든 ‘상담 사실 확인서’만 있으면 낙태가 가능하게 하였다. 고작 24시간의 숙려기간만 지나면 낙태를 막을 길이 없다. 필연적으로 생명 경시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다.

잘못된 법안 하나로 수천만 명의 아기들이 사라진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으로 여성 절반이 낙태를 경험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임신 몇 주까지 낙태를 허용 할 것인가의 문제에만 매몰되어 여성 건강을 해치고 태아를 죽이는 법을 제정하면 안 된다. 새롭게 개정되는 법안은 낙태를 막는 법이어야 한다. 아기가 낙태되거나 유기되지 않도록 산모의 신상을 비밀로 보호하는 ‘보호출산법’이 시급하다.

아빠의 책임을 강화시키는 일명 히트 앤 런(Hit and run) 방지법인 ‘남성책임법’을 제정하여 아기의 양육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산모들에게 적극적 경제지원을 해야 한다. 어렵게 태어난 아기들에게 가정을 선물해 주는 입양 사업과 미혼모 가정을 지원하는 사업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생명을 존중하는 성(性)윤리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법이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 미래의 국민을 지켜줄 것이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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